내돈내산으로 작년 1월 편도 제거 수술 이후 당일 퇴원 후부터 만 1년까지의 기록을 담은 후기 2탄입니다. 편도 수술 후 담배와 흡연에 대한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편도 레이저 수술이나 편도절제술을 고민하시는 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퇴원하고 집에 왔는데... 정신 없고 아파서 생각나지 않던 담배가 스멀 스멀 생각이 났습니다. 퇴원하던 순간까지도 의사 선생님이 담배 술 절대 안되고 음식! 특히 음식에 주의하라고 했었는데(흰죽과 아이스크림 정도만 가능) 음식은 어떻게 참아볼 수 있겠는데 담배는 어떻게 참지 싶었습니다. 니코틴 패치를 붙이고 앉아서 나뚜루 녹차를 까서 먹었습니다. 그 와중에 시원하고 맛있고... 한 통 거의 다 비웠습니다. 차가운 음식을 삼킬 때 오히려 목구멍이 안아팠어요.
문제는 나뚜루 녹차맛을 다 먹고나서... 참지 못하고... 연초를 펴버렸습니다. 수술 당일에... 전자 담배 같은 건 좀 괜찮지 않을까 해서 집을 뒤지다가 못참고 연초를 까버렸습니다. 조심조심 조용히 빠는데 마음의 안정이 싹... 이걸 못 참고 당일에 피다니 싶어서 현타가 왔지만 처음이 어렵지 그 당일만 연초를 네 개 폈네요.
유튜브나 블로그 찾아보면 절대 하지 말라는 짓 중에 하나 인데 그걸 하는 사람이 저였습니다. 피고나서 병원에서 준 가글을 엄청 열심히 했어요. 겁은 또 났거든요. 그 가글은 제가 해본 가글중에 맛이 제일 쓰레기 같았는데 그래도 열심히 했습니다.
수술 후 병원을 갔는데 담배핀 걸 결국 걸렸습니다. 흡연자시죠? 하면서... 의사 선생님이 담배 피면 안된다고... 근데 담배 어떻게 핀거냐고 신기해 하셨어요. 다들 아파서 못 피는데... 하면서요.
어쨌든 제일 중요한 건 아이스크림과 죽이니 그건 꼭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담배를 핀 죄책감도 있고 해서 죽과 아이스크림은 아주 철저하게 지켰습니다. 출근해서도 아이스크림 퍼먹고, 남들 밥 먹을 때 혼자 죽 퍼먹었네요.
오히려 수술 끝나고 당일이나 그 다음날보다 삼일 부터 엄청난 고통을 맛보게 됩니다. 왜 잘랐지? 하고 후회도 하다가... 자다가 목구멍이 아파서 깹니다. 이 때가 가장 아픕니다. (겨울에 해서 집이 건조했어요. 겨울은 피하시길 바랍니다. 목구멍이 더 아파요) 평소에는 그냥 참을 만한 고통 정도라면 새벽에 건조한 겨울밤의 고통은 흔히 말하는 면도 칼을 삼키는 정도의 고통입니다. 2주가 딱 가장 고통 받는 시기라고 했고 그게 맞습니다.
삼일째부터는 몰랐던 약발의 위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약을 먹고는 좀 괜찮다가 약빨이 떨어지는 시간대가 되면 혀 뿌리와 목구멍에 통증이 싹 돕니다. 이 시기는 약발이 떨어지면 대바늘 정도의 느낌이 납니다. (면도칼까진 아님) 혀가 움직일 때도 바늘이 박혀있어 아프고 침 삼킬 때 하품할 때 트림 나올 때 다 거슬립니다. 내 목구멍에 바늘이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는 시기입니다. 그냥 버티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고통은 참을만한 편입니다. 아프긴 한데 진통제로 어떻게 잘 버틸 수 있거든요. 사실 진짜 문제는 음식입니다. 매일같이 세끼를 아이스크림과 죽만 먹으니 속세의 음식이 미친듯이 그리워집니다. 아이스크림만 먹고 있으니 속이 미식거리기도 합니다. 전 이 이후로 한 번도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절대 안먹습니다. 평생 먹을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이 때 다 먹음. 암튼 이런 것만 먹으니 힘도 없고요. 새벽에 진통제 약빨이 떨어져서 깨서 목을 부여잡고 훌쩍 훌쩍 울다가 다시 자고 일어나서 아이스크림 먹고, 죽 먹고... 생활을 반복합니다.
근데 담배는 꾸준히 피웠습니다. 필사적으로 가글하고 죽만 먹고 했더니 염증은 안났습니다만 저는 그냥 운좋게 넘어간 걸 수도 있습니다. 음식 잘못 먹어서 상처 부위가 터져서 출혈로 응급실 간 후기도 보고 했는데 저는 그냥 운좋게 흡연을 해도 염증이나 출혈은 안났어요. 근데 모든 의사 선생님들과 유튜브에 하지말라고 나옵니다. 그냥 하지 마세요...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절 보고 용기내지 마세요. 저는 운이 정말 좋았습니다. 아무튼 이쯤 되면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음식을 꿀떡 삼켰던 게 절대 당연한 게 아니고 감사한 행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2주가 지나면 고통이 점점 사그라드는 게 느껴집니다. 병원을 꾸준히 가서 검사 받는데 그때마다 염증이 안 나고 문제 없이 아무는 것에 대해 감사했습니다. (담배를 꾸준히 피운 탓에... 염증이 안나는 것에 정말 가슴 깊이 감사함) 그리고 속세의 음식을 조금씩 맛볼 수 있어서 이 때쯤부터는 버틸만 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속세의 음식을 조심 조심 삼키면서 버틸만해집니다.
이때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데요. 바로 목구멍의 곱입니다. 아무래도 편도 생살을 떼어냈으니 당연히 그 자리가 아물겠죠? 그럼 거기에 딱지가 지기 시작하는데 이게 나중에는 두껍게 올라오고 생살이 돋아납니다. 그 딱지를 곱이라고 하는데요. 얘가 새 살이 돋기전에 떨어져나가면 그게 출혈이고 응급실 가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소중한 곱인데... 그 곱이... 냄새와 맛이... 미칩니다. 목구멍 편도자리 전체에 껴있는 곱 딱지에서 냄새가 나니 양치와 가글로도 한계가 있습니다. 사회생활 하시는 분이라면 마스크 끼세요... 저는 마스크를 아주 충실히 끼고 다녔습니다. 제 자신한테도 느껴지는 고약한 냄새인데 남한테도 풍길까봐 두렵더라고요.
세 달째부터는 완전히 쾌적한 생활에 적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와 남들은 이렇게 쾌적하게 살았던거야! 싶습니다. 약간 뿌연 안개 속을 걷다가 해가 쨍하니 뜬 기분 좋은 날씨를 걷는 느낌 정도로 비유하겠습니다. 더 이상 편도결석도 생기지 않고 이상한 개 구린 편도결석 스멜로부터도 해방이 되었습니다. 이제 자고 일어나도 목이 아프지 않고요. 감기에 걸려도 편도가 거슬리지 않습니다.
집에서 하루에 몇 번이고 목구멍을 들여다보며 싹 썰려나간 편도 자리를 보곤 했습니다. 1년이 지나 다시 겨울이 되었는데 이제 아무리 건조해도 목구멍이 아프지 않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진작 할껄! 싶습니다. 시간이 안나서 혹은 귀찮아서, 혹은 무서워서 오랫동안 수술을 미룬 게 후회될 정도로 만족합니다.
전 편도 제거 수술 후에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어서 부작용에 관한 얘기는 드릴 게 없네요. 암튼 편도 수술을 할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작성해봅니다. 병원 이름도 궁금해하실 수도 있는데 위치는 홍대 합정 즈음이었고 내돈내산 안같을까봐 이름은 글에 굳이 안적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도가 아픈 모든 분들 새해엔 목구멍의 고통에서 해방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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